태초에 살아 숨 쉬는 초록 비단이
하늘하늘 하늘에서 내려와 온고을을 품어
마한의 건국을 반겼네
바람 한 점 없어 고요하던 초록 비단이
백제의 부활을 바라던 견훤의 간절한
마음 한 조각을 받아 요동쳤네
투명하고 여리디여리던 초록 비단이
왜의 침입으로 조선이 구겨질 때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신성한 자세로
전주사고를 맞아 조선의 이야기를 품었네
풍요롭게 열매 맺던 초록 비단이
자유를 위해 일어서는 동학농민군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나눠주었네
수천만 년 온고을을 품어오던 푸른 비단이
온고을을 여전히 품어
매일매일 새롭게 숨 쉬고 있네
우주로 뻗은 시간의 입자들까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비단, 모악산이 있어
온고을은 달콤한 알사탕 같은 행복을
한 입 가득 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