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의 조명이 켜지고
나뭇가지 지휘봉의 흔들림이 곡의 서막을 알렸다.
풀벌레 나지막한 울음소리로 전주를 연주하면
이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짝이 박자가 된다.
흐르는 시냇물 쉬는 숨은 맑은 플루트 선율이고
밑바닥의 깊은 흐름은 클라리넷의 낮은 음이다.
음악 사이 풀 내음새에 끌려 고개를 들면
수많은 숲 새들이 현이 되어
각자의 음을 연주하고
꾀꼬리의 바이올린 독주가 울려 퍼진다.
나무줄기에 붙은 매미의 트럼펫 연주
스스로가 심취해 그 소리가 과하면
산새들의 높고 맑은 현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이내 바람이 강약 지휘로 악단 전체를 통솔한다.
늘 비워짐과 채워짐을 반복하는 숲의 악단은
끊임없는 세월을 노래하며
찾아오는 모든 이를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