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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나무 한 권
  • 입상자명 : 유택상
  • 입상회차 : 14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붉은점모시나비기린초 온종일 풀잎과 타전하고있다

은방울꽃 방울방울 종을 울린다

이슬이 눈물을 떨군다

개울물에 아침을 씻는다

까막닥따구리가 갈참나무에 앉아

딱다그르르 음율을 높인다

미나리아제비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전을 읽는다

멧새의 울음이 계곡물 사이로 들린다

바람이 애기똥풀 질경이의 꽃들을 펼쳐 놓는다

푸름 잎들이 음색을 낸다

자작나무가 나뭇잎을 흔든다

숲길은 꽃들의 언어로 기록된 책이다

삭정이로 불 지피면 잉걸불에 단감나무 붉은 등불을 켠다

산에 들면 알록달록 옷 입은 호랑나비떼

그러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이름들

행간이 울퉁불퉁한 마디마디에

길 위에서 사색을 꿈을 꾼다

산을 오르는 동안

새들이 개울물에 밑줄을 긋고 햇볕이 다녀간

굴참나무 오리나무에 귀가 먹먹하다

초록이 무르익어 갈 무렵에는

나무가 읽어 내려간 문장이 새롭다

새의 주소도 꽃잎의 향기도 게절속에서

열매를 키운다

그럼 어디쯤일까

구름을 몰고 온 눈동자에 숲의 나날을 읽는다

풀잎과 나무사이 생의 어혈들 족적으로 가슴 시리다


햇볕이 내리자 앉은뱅이꽃 꽃잎 하나

툭, 떨군다

느티나무 그늘


지금은 매미소리가 한창입니다

나무 밑으로

오이 호박 가지 고추 옥수수 토마토 참외 주렁주렁 뒹글고

구철초 상사화 백일홍 갖가지 꽃으로 고봉으로 잔치를 합니다

산새들이 한가롭게 산을 넘고

땅은 무성해지는 동안 아이들은 눈망울로 자벌레의 눈물을 세어보고

어머니는 햇살을 풀어 물레를 돌리고 날마다 낡은 옷을 꿰멘 자리

그늘 아래 서면 우물가에서도

반질반질 삶은 되살아나 언 땅을 녹이고 있습니다.

저무는 길 끝으로 창을 내고

시린 길 끝으로 건초처럼 메말라가던 물살처럼 생이 무거웠던 가슴들

그늘은 달빛에 젖어 노을처럼 아름다운 가을을 풀어 놓으셨습니다

내 유년 시절 시골 버스는 깊은 골짜기를 몇 굽이씩 휘돌아 나오고

해맑은 아이들은 일상이나 고전 등에서 수집해 온 초목에 촉수를 세우고

어느노래라도 불러서 신명나게 춤을 추고나면

질긴 목숨하나 옷소메에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이젠, 가래질 하던 이미소도 쇠스랑도 탈곡기도 도리깨도 삽도 잠잠합니다.

다만 굽은 등으로 일궈 온 들깨 밭이 동내 어귀 들길마다 가득합니다


느티나무 그늘아래 서면

산과 숲이 나무와 나무가 꽃과 꽃이 진열장입니다

매미울음이 박혀 있는 자리 폭염이 고요하게 잔잔한 무렵
부추꽃이 하얗게 피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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