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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나무를 태우는 시간
  • 입상자명 : 한교만
  • 입상회차 : 14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마당에 나무가 누워있습니다
이십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지난 태풍에 일생이 베어진 뒷산 느티나무입니다
아버지가 도끼로 몇 차례 토막을 낸
기울기가 사라져 편안해 보이는 자세군요

어머니가 아궁이에 땔감으로 밀어 넣습니다
느티나무가 타닥타닥, 타들어갑니다
타닥거리며 몸을 뒤트는 의성어는
제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을까요

저녁연기는 오늘 밤 굴뚝을 비집고
얼마간의 무게로 허공을 밀어 올리겠지요
방이 데워지고 가마솥이 끓을 동안
어머니는 저고리 안의 땀을 훔치며
나무로부터 얼마쯤의 무게를 덜어 냈을까요
나무는 얼마나 가벼워 졌을까요

세 시간 뒤 나무 한 채가 사라졌군요
2킬로그램의 숯과 숯 주변을 떠나지 않는 20그램 남짓한 재
30그램이 조금 넘는 꾸불꾸불한 저녁연기와
5킬로그램 쯤 되는 가마솥의 열기
어머니 젖무덤 사이로 흘러내리던 땀 20그램을 남긴 채
나무는 흩어진 제 무게를 참아냅니다

저녁 내내 부엌 주변을 서성대다
20그램의 날갯짓으로 퍼덕거리는 새 한 마리는
느티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후투티일까요

버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무들의 타고남은 영혼의 무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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