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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숲으로 간 게으름 뱅이
  • 입상자명 : 김민솔
  • 입상회차 : 14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아휴! 나더러 왜 거기를 가라는 거야”
여름방학 첫날 아침, 나는 시골에 가기 싫어서 투덜거렸어요. 왜냐면 이번 방학이 끝날 때까지 쭉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야하기 때문이에요.
“하긴 움직이기도 운동하기도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오빤 진짜 가기 싫겠지.”
얄미운 동생 민지가 차를 향해 걸어가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민지의 뒤통수를 보며 내가 소리쳤어요.
“게으름뱅이라고 했다, 왜!” 민지가 되받아 치며 쌩 도망을 가 버렸지요.
나는 약이 올라서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황소처럼 민지 뒤를 ?아 달렸어요.
요리조리 재빠른 민지는 잡히지 않았고 나는 숨이 차서 점점 더 느려졌어요.
아빠가 굵고 큰 목소리로 부르셨어요.
“애들아 이제 그만들 하고 타라. 출발하자~”
나는 민지에게 “너 두고 봐.” 라고 말한 후 차로 돌아가 앉았어요.
멀리까지 도망갔던 민지가 신나게 흥얼대는 소리가 차안까지 들렸어요.
“야호~ 오늘도 내가 이겼다.”
‘휴, 내가 쟤를 가만 두는 게 아니었는데......’
아빠가 차에 시동을 걸고 엄마가 타자 드디어 차가 출발했어요. 그런데 얼마 못가서 차가 너무 막히자 엄마는 우리를 타박했어요. 저랑 민지가 차에 빨리 안타고 게으름피고 장난치느라 그런 거라나 뭐라나!
하지만 제가 엄마 말을 믿겠어요?
‘왜 우리 때문에 늦어요? 엄마가 제일 늦게 탔으면서. 흥!’ 이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할아버지 댁이 있는 시골에 도착했어요.
시골에는 도로가 포장이 안 되어 있고 산도 많았어요. 너무 조용해서 사람들은 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우리 차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다 웬 허름한 이층집에서 멈췄어요.
이 집이 할아버지 댁인가 봐요, 집에 들어가 보니까 할아버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어이쿠 우리 강아지들 많이 컸네!”
하면서 등도 두드려 주셨고요, 할아버지 집에 들어가니 시골에 들어올 때가 생각났어요. 있는 것이라곤 장, 이불, 텔레비전, 냉장고 뿐 이었지요. 집도 크지 않아서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 그리고 이층은 너무 작아서 창고로 쓰신다고 하셨어요.
여기서 어떻게 방학을 보내지요? 컴퓨터도 놀 장난감 하나 없는 이곳에서 말이에요!
“으음~” 기지개를 키며 주변을 둘러봤어요. 아침 햇살이 들어와 밝아진 방에는 저 혼자 뿐이었어요.
어제 밤부터 이곳에는 민지와 저 밖에 없었어요. 어제 엄마랑 아빠는 제가 가지 말라고 매달렸는데도 매정하게 가버리셨어요.
이번 방학은 너무 슬픈 일투성이에요. 어제는 할머니께서 저녁밥을 주셨는데 글쎄 반찬이 나물과 김치뿐이었지 뭐에요. 밥도 잡곡밥이라 저는 한 숟가락도 안 먹었어요. 얄밉게도 민지는 잘도 먹더라고요. 전 정말 채소를 싫어해요. 그래서 저는 고구마만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었나 봐요.
잠이 덜 깨서 멍하니 앞으로의 험난한 방학을 생각하고 있는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민우야~ 어서 일어나라. 밥 먹자”
부르시는 소리에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식탁에 가보니 이미 밥을 먹고 있는 민지가 보였어요. 쟤는 정말 졸리지도 않나 봐요. 다행히 오늘 아침은 쌀밥이었고 달걀프라이에 김도 있었어요.
‘내가 나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나.; 기분이 좋아진 내가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하자 “오빠, 너무 빨리 먹는 거 아냐? 어제는 한 숟가락도 안 먹더니!” 라며 민지가 참견을 했어요.
‘에휴… 험난해진 내 방학……’

밥을 다 먹고 나서 할아버지께서 산에 가자고 하셨어요. 저는 텔레비전을 보려고 했는데 민지와 할아버지께서 먼저 나가버리셔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따라 나갔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께서는 장을 보러 가셔서 산에 안가면 저 혼자 집에 있어야 되잖아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귀찮은 몸을 이끌고 산에 오르게 되었어요.
산은 멀어서 가는데 20분이나 걸어가야 했어요. 중간에 제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았는데 민지가
“오빠, 오빤 요만큼 걸어오는 게 힘들어?”
하며 놀리지 뭐에요! 저는 그때 동생 머리를 한번 쥐어박고 싶었는데 달릴 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주춤주춤 일어나서 터덜터덜 걸어갔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다보니 드디어 산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산은 엄청 높고 가팔라 보였어요.
올라갈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민지와 할아버지께서는 벌써부터 산에 올라가기 시작하는 거에요. 민지와 할아버지께서는 지치지도 않나 봐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산을 올랐어요.
아, 우리 할아버지는 나무 박사예요.
그래서 산이나 나무 꽃 등은 할아버지께서 잘 알고 계시지요.
산을 오르며 할아버지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셨지요.
“저건 소나무고 저건 단풍나무야.”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께서 해주시는 설명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엄청 지쳐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이건 산딸기라는 열매란다. 먹을 수 있는 거야”
저는 눈이 번쩍 띄었어요. 지친 저는 배도 엄청 고팠거든요. 허겁지겁 산딸기를 먹었어요. 산딸기는 새콤 달콤 아주 맛이 있었어요.
그때 할아버지께서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우리 민우 그렇게 배고팠나. 말을 하지 그랬어. 허허”
옆에서는 또 민지가 “오빠는 먹보래요!” 하면서 저를 놀렸어요.
저는 얼른 달려가려고 뒤 돌아서 막 뛰려고 했을 때 할아버지께서 나무라셨어요.
“너희들 또 시작이니? 이제 그만해라”
할 수 없이 저는 씩씩거리며 민지에게 한소리를 하고 다시 산을 올라갔어요.
얼마나 갔을까? 우리가 나무에 기대서 쉴 때였어요.
풀 속에서 무엇인가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저는 민지와 함께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우지끈!” 나뭇가지를 밟고 말았어요. 그러자 무엇인가 풀 속에서 쉭 나가더니 나무를 타고 올라갔어요.
뭔지 모를 그것이 사라지고 나자 민지가 또 잔소리를 퍼부었어요.
“아~ 오빠 그때 나뭇가지를 밟으면 어떡해! 다람쥐 일 수도 있는데! 아쉽다!”
저도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하려 했는데 민지가 이렇게 짜증을 내니까 저도 입을 열었지요.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왜 소리치는데! 너 진짜 한번 혼나볼래?”
그렇게 해서 말싸움이 시작 되었어요. 우리는 다리가 아픈 것도 잊은 채 말싸움을 하며 걸었죠.
“진짜 잘못한건 오빤데 왜 나한테 짜증내!”
“와~ 그럼 꼬맹이 동생이 오빠한테 짜증내는 건 어떻고!”
보다 못해 할아버지께서 말씀 하셨어요.
“너희들 이제 그만들 좀 해라. 그리고 앞에 좀 봐 보렴.”
저는 대체 왜 보라고 하시는지 궁금해서 앞을 보았어요.
헉, 티격태격 싸우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있었어요. 앞에는 아주 멋진 장관이 펼쳐져있었어요.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말싸움만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안개가 살짝 낀 푸른 산의 모습이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웠지요.
그 광경을 보자 아이스크림이 햇빛에 스르르 녹듯이 화가 풀렸어요. 정말 그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좋았어요.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쉬워요.
얼마 시간이 지나자 산 정상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는 내려가기로 했어요,
내려갈 때에는 별일이 없었어요. 아! 산에서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제 종아리정도 길이의 작은 새싹 같은 가지를 봤어요.
할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저 새싹 같은 어린가지는 큰 나무가 될 거래요. 저 조그만 새싹이 제 키보다 큰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말이에요. 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믿을 수 없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어요. 잠자리도 잡고 밭에 가서 일도 해보고 진짜 재밌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요.
어느새 방학 마지막 날, 그러니까 할아버지 댁에서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산 주위를 빙 돌고 떠나기로 했어요. 산에 올라갔다 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든요. 산택을 할 때 저는 그때 보았던 새싹 같은 가지를 또 보았어요.
그때 그 가지보단 조금 굵은 듯하고 잎이 더 있어 보이는 그런 새싹 같은 가지였는데, 이럴 수가! 그 자리는 저번에 있었던 새싹의 자리였네요! 저는 정말 놀랐어요. 새싹 같던 그 조그만 가지가 한 달 만에 이렇게 자라다니. 제가 감탄하고 있을 때쯤 할아버지께서 가자고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어요. 할 수 없이 저는 가서 차를 탔어요. 이번 여름방학은 정말 최고의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다시 할아버지 댁에 올 때쯤 그 새싹이 얼마나 더 자라있을 까요?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허겁지겁 먹었던 산딸기도 다시 만나고 싶고요.
풀숲으로 사라진 다람쥐도 다시 만나고 싶고요.
나뭇가지 같기만 한 새싹이 저만의 비밀 나무로 자라나고 있을까요?
숲에서 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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